눈을 뜨면 낯선 장소입니다. 몸을 움직이자 목줄과 족쇄가 팽팽하게 당겨지네요. 상황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정신이 들어?” 식칼을 들고 당신을 바라보는, KPC가 말이예요. 우리... ... 분명, 이벤트 당첨 크루즈 여행 중이었는데?
어슴푸레한 늦은 저녁의 그림자를 밝히는 불빛 아래 세제 향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좋을 대로 인사를 늘어놓은 KPC가 입꼬리를 올립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아침에 세탁을 하고 왔거든.” “세탁 한 번 할래? 그가 눈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내버려두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눈부시게 변한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폐를 채웠던 것을 뱉을 때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아닌가요? 이제 잊어도 좋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백지장처럼 빛나는 새로운 자아를 기다리고 있으니!
작은 동물들이 죽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교 외곽에서는 죽은 쥐 시체가 자주 발견됩니다. 최근에는 배달 부엉이나 학생들의 애완동물까지 다쳤습니다. 무엇이 이런 잇단 죽음을 불러일으키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불안감은 점점 커져갑니다.
온 거리가 잠든 고요한 새벽. 불이 켜진 낯선 코인 세탁소에 무언가에 홀린 양 당신의 동거인이 들어간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빨랫감 따위는 하나도 들지 않은 채로. 그는 ‘무엇을’ 세탁하고 있는 걸까.
한때 무엇이든 가졌다고 여긴 적 있나요? 혹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여겼던 적은요? 그러나 세상에는 어찌해도 가질 수 없으며, 가질 수 없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시계 초침이 그러하듯 단 한 가지 방향으로만 굴러가는 세계의 법칙입니다. 그리하여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 상실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떠올려 보세요. 과연 우리는 잃었기에 외로운 것일까요, 잃지 못해 외로웠던 것일까요…. 모든 답은 최초로부터 최후까지. 이 기록을 열어볼 당신에게 남깁니다.